우린 모두 물에서 왔다. 진화론에 따르면 원시 바다에서 첫 생물체가 태어났고, 그 생물들이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하여 육지로 올라왔다. 진화가 반복됨에 각 생물들이 선택한 생존 전략에 따라 여러 종으로 나뉘었고, 우리도 그중 하나이다. 즉, 우리의 멀고 먼 조상은 물에서 살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린 모두 물에서 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물속에서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낀다.태아가 자라는 양수 또한 물인 것 또한 이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궤변) 아무튼 나는 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고(특히 바다) 물속에 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을 즐기기 때문에, 물속에서 숨을 쉬고 바닷속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스쿠버다이빙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리고 우연히 기회가 되어 인생 첫 스쿠버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사실 돈과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0. 스쿠버 다이빙이란?
물속에 들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특정 장비를 장착한 채로 하는 다이빙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취미 및 여가 활동을 위해 바다 구경을 하는 레크리에이션 형태의 다이빙을 의미하고, 해저 탐사나 해상 조난사고 등 특수한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본 포스팅에서는 바다를 즐기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여기서 용어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는데, 보통 스쿠버 다이빙이라고 하면 스킨 스쿠버, 또는 스킨 스쿠버 다이빙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는 틀린 용어이다. 다이빙의 종류는 크게 스킨 다이빙(보통 프리 다이빙이라고 부름)과 스쿠버 다이빙으로 나뉜다. 스킨 다이빙은 물속에서 숨을 쉬지 않고 한 호흡으로 잠수하는 다이빙이고, 스쿠버 다이빙은 장비를 이용해 물속에서 호흡을 하며 잠수하는 다이빙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킨 스쿠버라는 용어는 틀린 것이다. (애초에 Self-Contrained Breathing Apparatus의 약자인 SCUBA라는 단어에 스쿠버 다이빙의 모든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스쿠버 다이빙과 스킨 스쿠버라는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스킨 스쿠버라고 그러려니 하도록 하자.
스킨 다이빙 | 스쿠버 다이빙 | |
형태 | 한 호흡만으로 다이빙 | 수중에서 호흡을 하며 다이빙 |
장비 | 마스크(물안경), 핀(오리발) | 마스크(물안경), 핀(오리발) + 공기통, 호흡기 등 호흡에 필요한 장비 |
비고 | 스킨 스쿠버라는 용어는 없음 |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니,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업체에 예약을 하긴 했는데,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1.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까?
물속에서 갑자기 장비에 이상이 생겨서 숨을 못 쉬게 되면 어떡하지? 만약 급류에 휩쓸리면 어떡하지? 수심이 깊어지면 압력도 세질 텐데 몸에 문제는 없을까? 수영을 잘 못하는데 잘 배울 수 있을까?만약 상어에게 공격당하면 어떡하지?
무엇이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전에는 항상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막상 하고 나면 그런 걱정들이 결국 별거 아니었음을 느낀다. 윗 문단의 생각들은 내가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걱정들이다. 직접 경험을 해본 지금, 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스쿠버 다이빙은 버디 시스템을 적용하여 물속에 혼자서는 절대 못 들어가도록 되어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안전을 위한 것이다. 들어가기 전 짝을 지어 같이 들어가는 사람을 버디로 명하고, 서로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고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예시로, 만약 내가 갑자기 공기통에 문제가 생겨 내 장비로 호흡이 불가능하다면, 버디에게 이 사실을 알려 버디의 예비 호흡기를 이용해 호흡을 한다.
또,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우선 물속에서는 바닷물 기준으로 10m당 1 기압이 높아지므로 수면보다는 압력이 세지는 것이 맞다. 그에 따라 우리 몸의 장기 또한 영향을 받는데,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장기는 폐와 고막이다. 첫 번째로,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몸속 압력보다 바깥 압력이 높아지므로 고막이 안쪽으로 힘을 받는데, 이는 몸속 압력과 몸 바깥의 압력을 맞춰주는 압력 평형(이퀄라이징)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 (자격증 따면서 배운다. 아주 간단함) 두 번째로, 폐가 압력에 따라 줄어들고 늘어나기 때문에 폐가 과팽창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물속에서 상승 또는 하강할 시 숨을 참지 않고 계속 호흡을 이어 주기만 하면 해결된다. (호흡을 하면 폐가 자동으로 주변 압력에 적응을 한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안전에 관한 모든 것들을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배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속에서 발로 킥을 차며 유영을 해야 하긴 하는데 기본적인 유영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버디도 수영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는데 처음에는 물에 적응하느라 배우는 게 조금 더딘 듯했지만 몇 번 해본 지금은 나보다 더 잘하는 듯하다. 다만, 수영을 배워본 경험과 별개로 물을 무서워한다면 배우기 힘들 수도 있으니 업체를 통해 체험 다이빙을 해보거나, 수영장이나 워터파크 같은 곳에서 간접적으로 체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2. 무슨 자격증을 따야 하는가?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다. 자격증이 있어야 물속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자격증이 아니라 인정증이 맞는 표현인데, 여기서는 그냥 편하게 자격증이라고 하겠다) 자격증은 수준별 등급 취득, 특정 장비 사용 숙달 등 목적별로 종류가 다양한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건 가장 기초적인 자격증 두 가지인 Open Water Diver(오픈 워터), Advanced Open Water Diver(어드벤스드)이다. 이 두 가지만 따면 취미 수준에서 다이빙을 즐기기에는 충분하고, 더 높은 수준을 원하는 경우 Rescue Diver, Deep Diver 등 단계를 밟게 된다.
[취미 수준에서 필수로 따야 하는 자격증]
1. Open Water Diver(오픈 워터) : 자격증 취득 후 수심 18m까지 다이빙 가능
2. Advanced Open Water Diver(어드벤스드) : 자격증 취득 후 수심 30m까지 다이빙 가능
위 두 자격증을 순서대로 취득해야 한다. 다이빙 기본 이론과 장비 사용법들을 배우며 실습 및 위급상황 시 대처 방법 등을 포함하고 있어 다이빙을 위한 기술들을 익힐 수 있다.
3. 다이빙 시작하기
다이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자격증을 따야 하고,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교육 업체를 정해야 한다. 사실 어느 곳이던 결국 PADI(스쿠버 다이빙 교육 회사)가 정해놓은 틀에 따라 교육을 하기 때문에 크게 다른 점은 없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내 버디가 울진에서 살고 있어서 울진에 있는 킹스톤 스쿠버 리조트에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필수 자격증(오픈워터, 어드벤스드)을 3박 4일 동안 한 번에 취득할 수 있는 교육 코스를 선택했다. 빨리 자격증 다 따놓고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격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자격증을 따는 데는 비용이 조금 센 편이다. 교육비와 자격증 신청비 등 여러 비용 항목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오픈워터와 어드벤스드를 동시에 취득하는 코스를 진행하며 숙박, 식사, 장비 대여료 등 모든 부가 비용 포함 80만 원 정도 들었다. 그리고 자격증을 취득한 뒤로는 한 번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5~6만 원 정도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울진으로 향했고, 생에 처음으로 가본 울진은 평화로운 바다 시골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울진은 여행하기에도 괜찮았다.
내가 이용한 업체의 모습이다. 슈트, 호흡기, 오리발 등 모든 장비들을 대여해준다. 그리고 물에 들어갈 때 등 뒤에 달고 가는 저 통은 일반적으로 산소통으로 알고들 있을 텐데 이는 틀린 용어이다. 우리가 숨을 쉬는 대기 중의 공기는 약 질소 78%, 산소 21%, 다른 성분 1%로 구성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산소 100%로 이루어진 기체로는 호흡할 수 없다. 저 통에 들어있는 기체도 대기 중 공기와 유사한 성분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산소통이라는 말은 틀렸고, 공기통이라고 해야한다.교육 중에 산소통이라고 하면 혼남. 헷갈리면 그냥 '탱크'라고 하면 됨
그렇지만 메이플스토리에서도 산소통이라고 하는 걸
이 리조트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매일 저녁에 삼겹살과 술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고기는 원 없이 먹을 수 있고, 술도 다음날 다이빙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양껏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게 좋은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리조트에 있는 모든 사람들(교육생들, 다이버들과 강사님들, 사장님 등 전부)이 섞여서 함께 밥을 먹기 때문에 다른 다이버들과 다이빙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강사님들께 이런저런 팁을 듣기도 한다.교육의 연속 조금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팁들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그래도 물속에 들어가 있던 시간이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하고 장비들이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몸도 잘 가누지 못해 살아남기 급급했는데, 점점 적응이 되며 바닷속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물속에 한 번 들어가면 다이빙 시간은 약 30~40분 정도이다.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성별, 체격, 신체조건 등에 따라 공기 사용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호흡량이 더 많다고 한다. 언제 다이빙을 끝낼지는 남은 공기량을 보고 결정하는데, 나는 100 bar가 남았을 때부터 상승을 준비하여,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50 bar가 남아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배웠다. 50 bar를 남기는 이유는 역시 안전이다. (상승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
또, 여러 명이 입수했을 때 상승을 언제 할지에 대한 판단은 가장 보수적인 방향으로 한다. 예를 들어 나는 120 bar가 남았는데 내 버디는 100 bar가 남았다고 하면, 적은 공기량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그 순간 상승을 시작한다. 이때 공기를 많이 사용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은 더 있을 수 있는데 나 때문에 공기를 다 못쓰고 같이 올라가는구나'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데, 다이버들 사이에서 이런 거로 미안해하거나 '저 사람 때문에 오래 못했네'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금기시되어있는 듯하다. 이는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사실 내가 그 공기를 많이 쓰는 유형이었어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배우긴 했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들었다
물고기 친구들도 보고(성게가 굉장히 많았다)
사람 몸보다 더 큰 해파리도 만났다. (무서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바다가 흐릿해서 물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바다는 해외 다이빙 스팟들과 비교했을 때, 시야도 좋지 않고 해류도 센 편이라 다이빙 조건이 많이 안 좋은 편이라고 한다. (동남아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생각해보자) 그렇지만 그만큼 다이빙 배우기 좋은 곳이라고...모래주머니 (우리나라에서 자격증 따고 동남아 같은 해외로 레크리에이션 다이빙하러 가면 아주 날아다닌다고 한다.)
수면에서 나침반 보고 방향 잡는 훈련도 하고
대표적인 입수 방법인 자이언트 스트라이크와 백 롤 중 자이언트 스트라이크 연습도 하다 보니
자격증 취득 완료!
(위 사진 속 종이가 자격증인 건 아니고, 그냥 리조트에서 주는 교육 수료 축하 메시지 같은 거다)
이렇게 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내용과 오픈워터와 어드벤스드 자격증 취득 후기를 적어보았다. 사실 스쿠버 다이빙은 비용이 굉장히 센 취미 활동이다. 자격증 취득 비용도 비싸고, 장비 대여료도 비싸다. (사실 한국에서 말고 동남아 가서 자격증 따면 조금 더 싸다고는 한다) 개인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다이버 샵에서 가격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그렇지만 직접 해보니 물속에 있는 게 너무 좋아서 가격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장비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내게 굉장히 특별한 취미가 생겼다. 예전부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거라 의미가 더 특별한 것 같다. 기회가 닿으면 세계 곳곳의 바닷속을 여행할 계획이다. 또,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보니 프리 다이빙에도 관심이 생겨서 프리 다이빙 또한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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