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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등산

[지리산] 최고 높이 해발 1,915m 천왕봉 등반 후기! (중산리 코스/여름 산행)

by 이신선 2021.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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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묻는다. 당신은 산에 왜 오르는가?

누군가는 대답할 것이다.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산에 왜 오르는가?

 

군 복무를 하며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 때, 홀로 한라산을 등반한 적이 있었다. 내 생에 처음으로 혼자 산을 올랐던 경험이었고, 그 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백록담 1,947m)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미루어 봤을 때, 나는 안 해봤던 것들을 해보며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도장깨기 하듯이 말이다. 입사를 기다리며 하릴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와중, 문득 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엄청 높은 산. 구글에 물어보니 한라산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 지리산이란다. 나는 그 즉시 망설이지 않고 바로 짐을 챙겼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혹시나 산에 못 들어가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내가 등산한 날(2021. 7. 15)에는 코로나로 인한 입산 제한은 없었다. 혹시 모르니 등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입산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지리산국립공원 < 국립공원탐방 < 국립공원공단

 

www.knps.or.kr

 

내가 오른 코스는 중산리로부터 시작해 천왕봉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였다.

①중산리 -> ②칼바위 -> ③로타리대피소 -> ④천왕봉(정상) -> ⑤장터목대피소 -> ②칼바위 -> ①중산리

 

아래 지도에 검은색 숫자로 표시해놨다. 중산리로부터 시작해서 쭉 올라가 목표 지점인 천왕봉에 오른 후, 장터목대피소 쪽을 경유하여 내려오는 경로이다. 나는 같은 길을 그대로 내려오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살짝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는데, 곧장 내려오고 싶다면 천왕봉에서 온 길 그대로 내려가면 된다.

 

내가 오른 코스 말고도 여러 등산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등산은 중산리로부터 시작한다. 중산리까지는 버스도 다니는 듯하고 주차장도 있다.

 

주차장 가격. 5천원을 냈다.
야외 주차장과 실내 주차장

나는 차를 끌고 갔기 때문에, 실내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중산리까지 올라오는데도 높이가 꽤나 있었다. 산 중턱부터 등산을 시작한다는 느낌이었다.

 

포카리스웨트는 등산을 하며 조금씩 마셨다.

등산로 입구 주변에 있는 매점에서 음료수와 컵라면을 먹었다. 주변에 편의점이 있을 줄 알고 갔는데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매점을 들렀다. 예상대로 물건을 굉장히 비싸게 팔고 있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미리 사가는 것을 추천한다. 

 

등산로 입구 화장실에서 한 컷(붉은악마 티셔츠)
입산 시간과 하산 시간 안내문. 해 지기 전에 내려오라는 뜻이다.

드디어 등산 시작!

하려고 했더니 한 건물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지리산에 관한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아놓은 작은 박물관이었다.

 

이제 진짜 시작!

 

등산로를 따라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등산로를 따라 위 사진과 같은 표지판들이 있어 방향을 알기 쉬웠다(갈림길이 거의 없어 헷갈릴 것도 없었지만). 칼바위로 가기 위해 로타리대피소 방향으로!

 

등산하는 중간중간에 위와 같은 안내 기둥이 있었다. 현재 위치와 신고처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어 혹시나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신고를 하고 도움을 받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칼바위 갈림길이 나온다. 천왕봉 최단경로인 로타리대피소 경로로 간다. 표지판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햇갈일 일은 없을 것이다.

 

평상이 있는 쉼터도 있었다. 드러누워서 잠시 쉬었다. 반달곰과 마주쳤을 때의 주의사항도 쓰여있었다.

 

매점에서 사 온 초콜릿. 날씨가 뜨거워서 다 녹았다.

 

조용히 산행 합시다. 라고 써있었다.

등산로가 굉장히 가파르다. 지리산의 특징인 듯하다. 처음부터 경사가 굉장히 높다.

 

올라가는 길에 만난 알 수 없는 태양열 발전 구조물

열심히 올라가다 보니 드디어 만난 로타리대피소. 사람들이 가지고 온 음식으로 요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매점과 취사장도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영업을 하지 않았다.

 

로타리대피소에 식수대도 있었다. 목도 축이고 땀도 씻어낼 수 있었다. 물이 굉장히 시원했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얼마 가지 않아 있었던 법계사의 입구이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불교 쪽에 가깝기 때문에 산에 오를 때 절이나 법당이 있으면 꼭 들르는 편이다. 하지만 등산을 예정보다 늦게 시작해서 아쉽게 들르지 못했다.

 

지옥의 계단 코스

 

사망사고(심장질환)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경고문도 있다. 실제로 경사가 굉장히 높고 등산로도 길어서 본인의 페이스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천왕봉을 향해 올라가던 길에 있었던 평상 쉼터(심장 안전쉼터라고 쓰여있다). 더운 날씨로 인해 형체를 알 수 없게 된 초콜릿과 함께했다.

 

고도가 높아지다 보니 안개가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안개인가 구름인가

 

등산 중 마주쳤던 등산객 아저씨 두 분. 혼자 온 나에게 대단하다고 하셨다.

 

정상까지 단 800미터!

 

풍경을 즐기며 급하지 않게 올라간다.

 

평상 쉼터에서 쉬기도 하며(드러누워서)

 

마지막 관문인 듯하다!

 

큰 바위 사이에 자라고 있던 한 나무
정상 가까이에서 만난 노란 꽃 한 줌

마지막 고비를 넘어..

 

정상 도착! 과 인증숏. 지금 보니 얼굴을 왜 이렇게 찡그렸는지.. 아마 힘들어서 저랬나 보다

 

정상에 올라오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통 비가 아니라 폭우였다! 하늘이 번쩍이더니 천둥소리도 들렸다. 긴 시간 등산으로 인해 몸이 지친 나는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비석 뒷편에 써있던 '한국인(韓國人)의 기상(氣像) 여기서 발원(發源)되다'

구름과 함께 정상 인증샷. 비가 내려서 우비를 썼다.

 

기가 막힌 천왕봉의 전경. 하늘에서만 보였던 구름이 지금은 나와 같은 높이에 떠있다!

 

하얀 구름이 능선을 타고 스멀스멀 산을 뒤덮는 모습이 그림과 같았다. 이렇게 천왕봉의 장관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비가 쏟아져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온 길로 그대로 내려오지 않고 장터목대피소를 경유해서 가려면 표지판을 잘 보고 이동해야한다. (천왕봉과 이어지는 길은 로타리대피소 코스, 장터목대피소 코스, 그리고 써리봉과 이어지는 코스로 총 세 개가 있다.)

 

바위 길 틈을 따라 빗물이 흐르고 있다.

 

하산 시작. 비가 온 직후라 미끄러지는 것을 조심해야 했다.

 

하산 코스에 있는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화장실과 취사장이 개방되어 있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어 텅 비어있었다. 늦은 시간에 등산을 시작하여 하산이 늦어진 탓에 산에 나 혼자 남아있는 듯했다(애초에 코로나 때문인지 등산객이 거의 없긴 했다). 등산하며 지나갔던 로타리대피소처럼 식수대도 있었다. 그런데..

 

이 물은 먹을 수 없는 물이란다.. 당연히 식수대를 사용할 수 있을 줄 알고 도착 직전에 가지고 온 음료수를 입에 다 털어 넣은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목이 너무 말라서 그냥 마실까 생각도 했지만 다행히 이성의 끊을 놓지는 않았다.  장터목대피소 식수대는 사용할 수 없다!

 

장터목대피소에서도 우리가 내려가야 하는 길인 중산리 방향이 아닌, 백무동 방향으로 길이 하나 더 나있기 때문에 표지판을 잘 확인하자.

 

로타리대피소 방향으로 올라올 때는 안 그랬는데,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오는 길에는 등산로를 따라 계곡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계곡이 굉장히 컸고 등산로와 가까이 있었어서 손을 씻을 수도 있었고, 발을 담글 수도 있었다. 더운 날씨에 산행으로 지친 몸을 달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계곡 물이 너무너무 시원했다.

 

이 폭포를 보자마자 물에 뛰어들고 싶었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꾹 참았다.

 

내려가는 길에 돌탑 무덤을 만났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끼며 지나갔다.

 

내려오는 길에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몸이 많이 지쳤고, 또 비에 젖은 바위길을 걷느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내려가는 게 올라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 올라갈 때는 무릎만 안 다치게 천천히 올라가면 되지만, 내려갈 때는 발을 디딜 때마다 온몸에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나의 두 번째 홀로 등산인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마쳤다. 정말 미친 듯이 힘들었다. 올라갈 때는 무릎에 무리가 갔는지 근육경련이 일어 오래 쉬어가야 했고, 내려갈 때는 저녁 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듯이 내려왔다. 하지만 천왕봉에 올랐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표 지점이 도달했다는 만족감과 해방감에 울부짖으며, 그런 나에게 상이라도 내리는 듯 산 정상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은 경험은 아무나 못할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특히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던 한여름에 산에 올라 더 의미가 있었다.

 

등반 시간으로는

- 중산리 -> 칼바위 -> 로타리대피소 -> 천왕봉 : 3시간 45분 (10:20 출발, 14:05 도착)

- 천왕봉 -> 장터목대피소 -> 칼바위 -> 중산리 : 3시간 30분 (14:15 출발, 17:45 도착)

이 걸렸다. (등산 안내도에 나와있는 예상 등산시간보다 훨씬 짧게 걸렸다!)

 

여름 산행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더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 나무에 뒤덮여 기온이 그렇게 높지 않고 바람도 솔솔 불기 때문이다.물론 서늘한 기온에 등산을 하는 게 더 편하긴 하겠지만 결국 문제는 체력이다. 그리고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갈아입을 여벌의 옷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나도 윗옷을 두 벌 더 가져갔는데, 중간중간에 땀에 젖은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을 때마다 몸이 한결 나아졌다(물론 금방 다시 땀에 젖긴 한다). 그리고 등산 장갑을 가져가면 좋다! 지리산의 등산로는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진 급경사길이기 때문에 바위를 손으로 짚고 지나가야 할 일이 많다. 장갑이 있으면 바위에 긁혀 손이 다치는 일을 막아준다(나는 손에 상처가 많이 났다). 또 등산 스틱이 있으면 등산이 한결 편해지겠지만 필수는 아닌 것 같고, 비가 올 것을 대비하여 우비를 챙기면 좋다.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며 차에서 만난 저녁 노을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것으로 지리산 천왕봉 등반 후기 포스팅을 마친다. 너무나도 멋진 경험이었다. 다음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인 설악산이다! 언제 갈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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