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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공연

[공연] 두번째달 & 오단해 판소리 춘향가 후기

by 이신선 2020.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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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신선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늘 보고 온 <두번째달 & 오단해 판소리 춘향가> 공연에 대한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공연 포스터

 

얼마 전, 학교 포털 사이트를 들어가 봤더니 한 공연 안내문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공연을 하는데, 학생들에게 무료로 표를 나눠준다는 내용이었죠. 우리 학교 좋은 학교 신청자들 중 추첨을 통해 표를 나눠준다고 하길래 봤는데, 제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두번째달>이라는 밴드가 공연을 하더군요.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을 하였고, 운이 좋게도 추첨되어 표를 얻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달 - 얼음연못

 


태초의 우주에는 빅뱅이라는 이름의 대폭발이 있었고, 이로 인해 여러 은하계와 태양계, 그리고 지구가 생겨났다.

만약 이때, 지구 주위의 농도나 온도의 차이가 조금만 달랐어도, 지구는 두 개의 위성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달>의 상상력은 여기서 출발한다.

'달이 두 개였다면, 흑과 백, 해와 달, 음과 양이라는 이분법적인 편협함에서 인류는 훨씬 자유롭지 않았을까?'



밴드 <두번째달>의 소개글입니다. 밴드 이름이 유명하진 않지만,
TV나 영상 매체 어딘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곡들을 작곡하고 연주한 밴드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자 드라마 '궁'의 OST인 <얼음연못>, 드라마 '아일랜드'의 OST인 <서쪽 하늘에>를 연주하였고, 정말 유명한 포카리스웨트 CM송라 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한다고~을 작곡하기도 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15주년 행사 때 메이플스토리 BGM을 담은 기념 프로젝트 앨범을 내기도 하였고, 메이플스토리 The BLACK 쇼케이스 때 이 앨범의 곡들로 공연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정면. 좌우로 공연장이 하나씩 있는 듯 하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대전 서구에 위치하였고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과 함께 대전엑스포 시민광장 주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진 탓인지, 그리고 코로나 19 때문인지 사람이 많이 없어 굉장히 산산한 분위기였습니다.

 

 공연 순서

 

공연은 소리꾼 <오단해>님이 노래를 하고 <두번째달>이 악기 연주를 하며 진행이 되었습니다. 공연의 제목대로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춘향가>의 대목들을 연주하였고, <두번째달>의 곡들도 연주들 하더군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의 성원에 다시금 무대에 등장하여 순서에 적혀있지 않은 여러 곡들을 연주하며 공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공연 중 사진, 동영상 촬영은 금지되어 기록을 남길 수 없었기에 눈과 귀에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공연 후기는 한마디로, 실력과 감동과 재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던 공연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두번째달>의 악기 연주자분들 한 분 한 분 실력이 굉장히 출중하고, 그룹사운드의 합이 정말 잘 맞더군요. 2005년에 데뷔하여 굉장히 오랜 시간 합주를 하며 음악을 했던 밴드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죠. 버클리 음대 출신의 드러머 <박종선>님의 탄탄한 리듬에 맞춰 베이시스트 <박진우>님이 음악의 흐름을 잡고, 세션 한 분 한 분이 번갈아가며 솔로 라인을 연주하는 식의 구성이 고전적이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LA Music Academy 출신의 기타리스트 <이영훈>님의 스트로크가 너무 깔끔하여, 암전 된 상태에서 시작되었던 공연 첫 번째 곡 <서쪽 하늘에>의 도입 부분 때는 음원을 틀어놓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또, 키보드 <최진경>님이 곡 분위기에 따라 키보드, 멜로디언, 아코디언 세 악기를 번갈아가며 연주하시던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두번째달의 대장 역할을 하며 공연 중간에 멘트를 주로 맡아서 하시던 <김현보>님은 악기를 굉장히 다양하게 사용하셨는데, 기타부터 시작해서 플루트, 일리언 파이프 등 제가 처음 보는 악기들도 다양하게 다루시더군요.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전부 가리지 않고 사용하시며 음악에 색채를 더해주시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두번째달의 마스코트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정>님은 강약 조절이 정말 대단하신 연주자셨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클래식 악기인 바이올린을 밴드 사운드에 어울리도록 정말 맛깔나게 연주하시더군요. 특히, 공연하시는 내내 무대 위 다른 공연자분들과 눈을 맞추시고, 음악에 맞는 표정을 지으시며, 누가 봐도 스스로 음악을 즐기고 있으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시는 무대매너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국악은 잘 모르지만, 소리꾼 <오단해>님의 쭉쭉 뻗는 소리가 굉장히 시원시원했고, 목소리도 음악 연주에도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고수' 대신 드럼 솔로가 들어가고, <오단해>님이 창을 하며 둘이서만 진행하였던 대목이 있었는데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공연곡들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두번째달>은 퓨전 밴드답게 곡마다 다양한 분위기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연주해주셨습니다. 특히 많은 곡들을 왈츠 리듬(3박자)으로 박자를 가져갔는데, 판소리 특유의 몸을 들썩이게 하는 어떤 한민족의 '흥'과 잘 접목되어 굉장히 조화롭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공연 제목이 판소리 춘향가이다 보니 '춘향가에 속한 대목들만 연주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갔는데, 춘향가뿐만 아니라 <두번째달>의 음악들도 여러 곡 연주해주셔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얼음연못>을 네 번째 대목 <이별가>의 반주로 사용하셨는데, 얼음연못의 도입부 피아노 반주가 나올 때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군요. 어째서 눈물이..

 

아쉬웠던 점들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우선 다른 세션들은 솔로 파트가 한 번씩은 있었는데 베이스는 한 번도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베이스에게도 관심을 그리고 <김현보>님이 관악기를 연주하실 때 다이나믹 마이크로 마이킹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라인으로 소리를 뽑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 소리가 작게 들어가 잘 들리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소리가 다른 세션들에 비해 조금 묻히더군요.

 

공연장을 나오니 마침 눈 앞에 상현달이 떠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원체 음악을 좋아해 공연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이 다니지 못했었죠. 다행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해제되고 1단계로 내려와 어느 정도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스크를 꼭 끼고 공연을 봐야 했고, 객석을 한 칸씩 띄워서 앉았어야 했습니다. 저는 혼자 가서 오히려 더 좋긴 했지만 말이요. 아무쪼록, 공연자분들과 같은 높이에 시선이 있는 좌석에 앉아서(앞에서 네 번째 줄이였답니다) 더 현실감 있게 <두번째달>을 실물로 영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달과 소리꾼 오단해님의 합동 공연을 보고 온 후기를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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