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신선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늘 보고 온 <두번째달 & 오단해 판소리 춘향가> 공연에 대한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얼마 전, 학교 포털 사이트를 들어가 봤더니 한 공연 안내문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공연을 하는데, 학생들에게 무료로 표를 나눠준다는 내용이었죠. 우리 학교 좋은 학교 신청자들 중 추첨을 통해 표를 나눠준다고 하길래 봤는데, 제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두번째달>이라는 밴드가 공연을 하더군요.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을 하였고, 운이 좋게도 추첨되어 표를 얻게 되었습니다.
태초의 우주에는 빅뱅이라는 이름의 대폭발이 있었고, 이로 인해 여러 은하계와 태양계, 그리고 지구가 생겨났다.
만약 이때, 지구 주위의 농도나 온도의 차이가 조금만 달랐어도, 지구는 두 개의 위성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달>의 상상력은 여기서 출발한다.
'달이 두 개였다면, 흑과 백, 해와 달, 음과 양이라는 이분법적인 편협함에서 인류는 훨씬 자유롭지 않았을까?'
밴드 <두번째달>의 소개글입니다. 밴드 이름이 유명하진 않지만, TV나 영상 매체 어딘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곡들을 작곡하고 연주한 밴드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자 드라마 '궁'의 OST인 <얼음연못>, 드라마 '아일랜드'의 OST인 <서쪽 하늘에>를 연주하였고, 정말 유명한 포카리스웨트 CM송라 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한다고~을 작곡하기도 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15주년 행사 때 메이플스토리 BGM을 담은 기념 프로젝트 앨범을 내기도 하였고, 메이플스토리 The BLACK 쇼케이스 때 이 앨범의 곡들로 공연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대전 서구에 위치하였고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과 함께 대전엑스포 시민광장 주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진 탓인지, 그리고 코로나 19 때문인지 사람이 많이 없어 굉장히 산산한 분위기였습니다.
공연은 소리꾼 <오단해>님이 노래를 하고 <두번째달>이 악기 연주를 하며 진행이 되었습니다. 공연의 제목대로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춘향가>의 대목들을 연주하였고, <두번째달>의 곡들도 연주들 하더군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의 성원에 다시금 무대에 등장하여 순서에 적혀있지 않은 여러 곡들을 연주하며 공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공연 중 사진, 동영상 촬영은 금지되어 기록을 남길 수 없었기에 눈과 귀에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공연 후기는 한마디로, 실력과 감동과 재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던 공연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두번째달>의 악기 연주자분들 한 분 한 분 실력이 굉장히 출중하고, 그룹사운드의 합이 정말 잘 맞더군요. 2005년에 데뷔하여 굉장히 오랜 시간 합주를 하며 음악을 했던 밴드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죠. 버클리 음대 출신의 드러머 <박종선>님의 탄탄한 리듬에 맞춰 베이시스트 <박진우>님이 음악의 흐름을 잡고, 세션 한 분 한 분이 번갈아가며 솔로 라인을 연주하는 식의 구성이 고전적이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LA Music Academy 출신의 기타리스트 <이영훈>님의 스트로크가 너무 깔끔하여, 암전 된 상태에서 시작되었던 공연 첫 번째 곡 <서쪽 하늘에>의 도입 부분 때는 음원을 틀어놓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또, 키보드 <최진경>님이 곡 분위기에 따라 키보드, 멜로디언, 아코디언 세 악기를 번갈아가며 연주하시던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두번째달의 대장 역할을 하며 공연 중간에 멘트를 주로 맡아서 하시던 <김현보>님은 악기를 굉장히 다양하게 사용하셨는데, 기타부터 시작해서 플루트, 일리언 파이프 등 제가 처음 보는 악기들도 다양하게 다루시더군요.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전부 가리지 않고 사용하시며 음악에 색채를 더해주시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두번째달의 마스코트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조윤정>님은 강약 조절이 정말 대단하신 연주자셨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클래식 악기인 바이올린을 밴드 사운드에 어울리도록 정말 맛깔나게 연주하시더군요. 특히, 공연하시는 내내 무대 위 다른 공연자분들과 눈을 맞추시고, 음악에 맞는 표정을 지으시며, 누가 봐도 스스로 음악을 즐기고 있으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시는 무대매너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국악은 잘 모르지만, 소리꾼 <오단해>님의 쭉쭉 뻗는 소리가 굉장히 시원시원했고, 목소리도 음악 연주에도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고수' 대신 드럼 솔로가 들어가고, <오단해>님이 창을 하며 둘이서만 진행하였던 대목이 있었는데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공연곡들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두번째달>은 퓨전 밴드답게 곡마다 다양한 분위기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연주해주셨습니다. 특히 많은 곡들을 왈츠 리듬(3박자)으로 박자를 가져갔는데, 판소리 특유의 몸을 들썩이게 하는 어떤 한민족의 '흥'과 잘 접목되어 굉장히 조화롭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공연 제목이 판소리 춘향가이다 보니 '춘향가에 속한 대목들만 연주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갔는데, 춘향가뿐만 아니라 <두번째달>의 음악들도 여러 곡 연주해주셔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얼음연못>을 네 번째 대목 <이별가>의 반주로 사용하셨는데, 얼음연못의 도입부 피아노 반주가 나올 때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군요. 어째서 눈물이..
아쉬웠던 점들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우선 다른 세션들은 솔로 파트가 한 번씩은 있었는데 베이스는 한 번도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베이스에게도 관심을 그리고 <김현보>님이 관악기를 연주하실 때 다이나믹 마이크로 마이킹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라인으로 소리를 뽑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 소리가 작게 들어가 잘 들리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소리가 다른 세션들에 비해 조금 묻히더군요.
오랜만에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원체 음악을 좋아해 공연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이 다니지 못했었죠. 다행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해제되고 1단계로 내려와 어느 정도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스크를 꼭 끼고 공연을 봐야 했고, 객석을 한 칸씩 띄워서 앉았어야 했습니다. 저는 혼자 가서 오히려 더 좋긴 했지만 말이요. 아무쪼록, 공연자분들과 같은 높이에 시선이 있는 좌석에 앉아서(앞에서 네 번째 줄이였답니다) 더 현실감 있게 <두번째달>을 실물로 영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달과 소리꾼 오단해님의 합동 공연을 보고 온 후기를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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